[프레데릭말] 엉빠썽 - 물기 머금은 라일락 생화향
프레데릭말 - 엉빠썽
조향사 Olivia Giacobetti
스쳐 지나가다
봄, 가든 한켠에 멈추어 바람에 스친 향기로운 라일락 향
따스하고 빛나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향
TRANSPARENT FLORAL
엉빠썽은 피부에 입는 순간, 라일락 생화향이 훅 퍼집니다.
저희 아파트 앞마당과 뒷마당에 라일락 나무가 심어져있어요.
라일락이 만발하는 계절이 오면 바람을 타고 라일락 향이 코를 스칩니다.
개인적으로 꽃향 중에 치자꽃을 참 좋아하는데,
매년 돌아오는 라일락 향에 사랑에 빠진 뒤로는
한동안 라일락 향수만 찾아다녔습니다. 인공적인 향이 아닌 생화향 라일락이요.
커뮤니티를 통해서 프레데릭말의 엉빠썽과 에어린의 라일락패쓰를 추천받았습니다.
에어린의 라일락패쓰는 라일락 꽃향이 더 두툼하고, 짙은 대신에 예쁘게 가공된
인공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맡은 프레데릭말의 엉빠썽은 정말 생화의 라일락 향이었습니다.
출처: pixabay.com
엉빠썽의 라일락은 바람에 실려오는 생화 라일락 향기에요.
처음 맡았을 때, 깨끗하고 맑은 느낌이라기보다는
생화 꽃잎에서 느껴지는 꼬리함과 함께 등장합니다.
제법 따뜻하고 포근하면서 쎄하고 꼬릿한 느낌의 생화향이에요.
꽃잎을 짓이겼을 때 날법한 맵싸한 느낌이 살짝있어서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더욱 생화에 가깝게 표현됐다 느끼는 것 같아요.
어쩌면 네롤리, 오렌지꽃향의 꼬릿한 부분과 같아요.
저는 탑부터 미들까지 참 맘에 들어서 생화의 라일락이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 했지만
20~30분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고 풍성한 라일락향의 분위기가 촉촉하게 바뀝니다. 꽃이 수분을 머금기 시작해요.
따뜻하게 코를 편안하게 자극하던 향기가 비에 잔뜩 젖은 듯한, 물을 머금은 투명한 라일락으로 변하며 자리를 매웁니다.
출처 : lilac_pinterest.com
출처: Fine art America _ Lilac Blooms after rain
맑은 날,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더욱 생생하던 라일락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잔뜩 물을 머금어 처연해진 기분이 듭니다. 반짝 반짝 예쁘던 라일락이 비를 만나 물비린내를 같이 풍기게 됩니다.
정확히는 비리다기보다 라일락 꽃으로 차를 낸 듯, 라일락물이 뚝뚝 꽃에서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꽃과함께 보랏빛 물 향이 확 퍼지는데 이 부분에서 컨디션에 따라 울렁거림을 감지하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물향, 오이향, 수박향처럼 촉촉하고 물 빛이 비춰지는 투명하고 가벼운 향을 좋아했었는데요.
묵직하고, 짙은 향을 뿌리다보니 촉촉한 향들이 조금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워터리한 향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조금은 컨디션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 라일락 꽃의 존재감도 느껴지면서도 잔향으로 갈수록 물기에 쓸려, 자리를 내어주는 기분이 들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물 향이 올라와서, 오이향 또는 단맛이 곁들여져 수분가득한 수박향과 같다는 평들도 많습니다.
저에게도 시착향했을 때, 잔향에서는 라일락보다는 물 향이 더욱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참 좋아하는 향인만큼 그부분이 아쉬움이 있어요.
적당히 수분을 간직한 촉촉한 생화스러움을 표현하려다보니 그렇게 된걸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봄, 여름에 쓰기 너무나 정직한 생화 라일락향이라 참 좋다 생각해요.
맑은 하늘 날 햇살 아래 라일락 나무와 비오는 날 젖어 물기를 잔뜩 머금은 라일락 나무
다른 배경의 라일락을 한번에 담아 오묘하네요.
화창한 날, 들판에서 뛰어놀며 발랄한 인상의 소녀에서 어느새 청순하고, 청초한 숙녀의 맑은 분위기로 탈바꿈하는 라일락이에요.
프레데릭말의 엉빠썽은 뿌리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라일락 추억을 고스란히 떠오르게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향이에요 :)
ps. "스쳐지나가다" 라는 설명답게, 코 끝을 스치듯 지나가는 라일락 향, 지속력이 비교적 짧은 라일락 향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코를 박고 맡아야 향이 느껴져요^_^
향을 시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별명없어"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