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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랑 베티버 Guerlain Vetiver

 

 

 

 

분사 했을 때, 시원하고 산뜻한 베르가못과 함께 맑은 베티버 향이 올라옵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가 촉촉하게 맺힌듯 보기만해도 굉장히 프레쉬한 향이 스칩니다.

베르가못의 역할인지 이제 막 흙 속에서 캐낸 뿌리처럼 신선하고 산뜻한 베티버 내음이 느껴져요.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티버가 더욱 쨍하게 쿰쿰하게 올라오는데요.

프레데릭말 베티버에서 맡을 수 있는 맑은 오리지날 베티버향처럼요.

동시에 뒤따라서 조금 매캐한 인센스향이 같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인센스의 느낌은 '구딸파리 앙상 플라브와양'을 연상시켰습니다.

딱 앙상에서 나는 인센스가 느껴졌어요. 향을 계속 흡입하다 보면

베티버 푸릇푸릇한 풀과 뿌리의 맑은 느낌에서 뿌리가 불에 태워 살짝 그을린 뒤의 베티버향처럼 변합니다.

그렇다고 베티버에서 타버린 재처럼 바뀔 정도로 강한 변화가 아니고

베티버와 담뱃재를 태운 듯한 느낌, 인센스가 뒤에서 조화롭게 받쳐주는 역할인 듯합니다.

맑은 베티버와 불태운 베티버뿌리를 섞어 버무려진 듯 합니다.

 

세상 댄디하고 단정해보이던 남자가 갑자기 셔츠 단추 몇개를 풀고는

편안하게 풀어진 모습으로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출처: splitshire

 

저는 개인적으로 프레데릭말의 베티버가 참 좋으면서도 어려웠거든요.

베티버를 있는그대로 재현해놓아서, 날 것 그대로의 베티버가 참 신선하면서도

계속 맡다보면 코가 좀 피곤해지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겔랑은 베티버와 인센스가 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오히려 인센스의 스파이시함, 매캐함이 코를 자극할 것 같으면서도

베티버 특유의 얼씨함(earthy)을 좀 더 부드럽게 아로마틱하게 표현해줍니다.

정말 매력적인 조합이에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으로 트레일의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잔향으로 갈수록 안개와 연기가 낀 듯한 매캐함이 가시고

힐링이 되는 가공된 부드러운 편백나무향,

그리고 아주 살짝 크리미한 샌달우드처럼 베티버가 포근하게 마무리됩니다.

 

 

출처 : the midwest sea salt company

 

 

왠지 베티버 인센스 스틱을 태우면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향을 피우는 거니 겔랑보다 탄내가 강할 수 있겠네요 :)

겔랑의 베티버는 탄내가 베티버를 덮지않고 둘이 참 조화롭거든요.

 

사전 정보나 향수 노트정보없이 시향과 착향을 마친 뒤에

겔랑 베티버의 정보를 fragrantica에서 참조해 보았습니다.

 

 

출처:www.fragrantica.com

 

베티버와 함께 느껴지는 것이 "타바코" 였군요 :)

저는 탄내가 나면 유황냄새 또는 인센스라고만 생각했는데 타바코가 있었어요 흐흐

이렇게 또 향조를 배워가네요! 타바코가 강렬하지않고 베티버와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어요!

베르가못은 스치듯 처음에 등장하고 사라졌었구요.

잔향으로 갈수록 포근해졌는데 통카빈과 샌들우드, 앰버 등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베이스 노트들이 잔뜩 들어갔었네요!

 

타바코가 들어갔다고해서 어려운 향이라던가 성숙한 이미지만 느껴진다기보다

오히려 남녀 성별관없이 중성적인 향수로 사용하기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강렬함이나 튀는 부분없이 힐링되고 편안한 향이라서 참 마음에 들어요.

특별히 스파이시나 향신료가 어렵지 않으시다면 누구나 즐기기 좋은 향이네요 ㅎㅎ

 

요번 게랑 베티버도 즐겁게 시향했습니다.

얀비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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